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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살이

RIP Sakamoto Ryuichi

by 류그랜트 2023. 4. 5.

낯선 동네에 차량 점검을 받으러 들렀다가

길 따라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벚꽃나무들을 보게 됐다

아름다움에 취해 얼마 전에 구입한 똑딱이 카메라를 꺼내 꽃사진을 담았다

벚꽃 개화기 막바지에 생각지 않던 꽃구경을 하게 돼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차안에서 찍은 사진들을 올리다가 사카모토옹이 별세했다는 포스트를 보게 됐다

Source: Ryuichi Sakamoto: Coda (2018) on Netflix

아, 사카모토옹..

고등학교 때 <Merry Christmas, Mr. Lawrence> 라는 그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곡을 귀에 달고 살았다

밝은 곡이 아니었지만 그당시 공부만 하며 지내던 내 일상엔 그 우울함이 꽤나 잘 어울렸다

이제 40대에 접어든 지금의 나라는 인간의 감수성이 만들어지던 10-20대 시절에 그의 여러 곡들이 함께 했다

몇년 전, 넷플릭스에서 만든 <Ryuichi Sakamoto: Coda> (2018)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가 반전, 반핵, 환경보호 등의 사회운동에도 나서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동시에 암투병으로 쇠약해지고 있는 안타까운 근황 또한 알게 됐다

그 뒤로 국내 유명 뮤지션(으로 불릴 자격도 없지만)이

그의 곡에 '무의식적인 영감'을 받아 수많은 곡들을 '제조'하는 방법으로 대중을 기만하고 치부해온 것이 드러나 분노했고

사카모토옹이 그 파렴치한으로 인해 투병 중에 안좋은 영향을 받지 않기만을 바랐던 것 같다

그 뒤로 일상에 묻혀 사카모토옹을 잊은 채 몇개월이 지나갔다 

...

 

2023년 3월 28일,

그가 그의 바람대로 '부끄럽지 않은' 음악들을 남기고 떠났다

투병의 고통 중에도 마지막까지 그는 콘서트를 감행했던 것 같다

나는 왜 그의 죽음에 마음이 울컥하고 요동치는 걸까

잡초가 무성하도록 내버려둔 이곳에 와서 글을 남기게 되는 걸까

 

그는 갔지만, 그의 음악은 남아있다

그렇지만 왜 나는 그의 죽음에 이토록 상실감을 느끼는 걸까

언제든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그를 개인적으로 알던 것도 아닌데

왜 나는 가까운 사람이 떠나간 것처럼 마음이 휘몰아 치는 걸까

 

사카모토옹, 

당신의 음악이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나봅니다

이제는 당신의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게 너무도 슬픈가봅니다

벚꽃이 <Rain>처럼 내리던 오늘, 당신이 떠난 걸 늦게 알게 되었지만

이렇게라도 글을 적으며 당신을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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